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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ED 5
 
FED 5

 

 

FED 5

 

평소와 다름없이 이베이에서 시름을 달래던 중 한 셀러가 러시아 카메라를 여러대 내놓은 걸 봤습니다. 이런 매물은 안 건드리는게 상책이지만 워낙 가격이 아름다워서, 또 예전부터 러시아 카메라를 한번은 구경해보고 싶었었기 때문에 슥 BIN을 눌렀습니다.

입금한지 이틀만에 두툼한 박스에 싸인 카메라가 도착했습니다. 역시 가까운데 사는 셀러가 최고입니다. 먼지 풀풀 날리는 박스를 여니 아주 깨끗한 FED5가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이녀석과 첫롤을 함께한 후  간단한 소개기를 적어봅니다.

 

 

드디어 클래식 러시아 카메라와 함께 하는구나 하며 정보를 찾아봤습니다. 그러고는 이내 털썩.. FED5는 1977년부터 9* 년까지 생산된, 클래식 카메라 축에도 못 드는 녀석이었던 것입다. 렌즈 앞 숫자 두자리가 연도를 나타낸다고 하던데 그럼 91년..? 1977년이면 미놀타에서 XD7을 출시했던 때이며 90년에는 최초의 디지털 카메라가 등장했습니다.

박스셋으로 받았는데 아주 간결하게 렌즈를 마운트 한 카메라만 들어있습니다. 바디캡, 렌즈 뒷 캡 이런 거 없이... 제조사의 단호한 의지를 보여주는 듯 하군요. 하기사 다른 화각의 렌즈는 끼워봤자 프레임이 안 뜨니 사용도 못하겠지만..

외관은 꽤 수려합니다. 정면을 보면 뭐 굳이 설명할 것도 없이 한 쌍의 레인지 파인더, 셀프타이머, 셀레늄노출계가 붙어있습니다. 너무 귀엽게 찍힌게 마음에 안들어서 다른 기종과 비교 사진을 올려봤습니다.

 

여전히 귀엽게 보이네요. 실제로는 너비와 두께가 SRT와 거의 같고 높이는 0.5cm정도 높습니다.

 

 

기능이야 뭐.. 매뉴얼 노출밖에 없는 기계식 카메라. 셀레늄 노출계를 쓰니 전지도 안 들어갑니다.


윗 사진에서 보이는 지침이 셀레늄 노출계가 읽은 노출을 1-11까지의 숫자로 표시해주고 오른쪽의 다이얼을 돌려서 숫자를 맞춘다음 해당되는 조리개와 셔터속도의 조합을 확인하면 됩니다.  이 다이얼은 실제 카메라의 작동과는 전혀 상관이 없고 일종의 EV 표를 다이얼 형태로 만들어 둔 거죠. 감도 표시는 예전에 본 모델과는 달리 GOST가 아니라 ISO로 표시했습니다.

다이얼 가운데는 리와인딩 레버..라고 해야 하나. 반시계방향으로 돌리면 위로 쏙 튀어나오고 두 손가락으로 열심히 사오십 바퀴쯤 돌리면 필름이 다 감깁니다.

이런저런 사용법은 매뉴얼에 상세히 .......

 

 

러시아어로.....;; 그림만 봐도 이해는 할 수 있습니다.

셔터속도는 1-500까지, 1/30이 플래시 동조속도이고 15초 이하 저속은 설정할 때 태엽감는 소리가 들립니다. 유명한 이야기지만 와인딩을 하기전에 셔터속도를 바꾸면 즉각 고장이 난다고. 물론 테스트는 안 했습니다.

이렇게 노출계 연동이 전혀 안되고, 조리개도 프리셋 스타일인 카메라는 처음 써봤습니다. 소감은...그냥 하는 말이 아니라 무척 즐거웠습니다. 카메라를 위에서 보며 노출을 읽는 것도 그렇고, 다이얼을 돌려서 요런저런 조합을 생각해보게 되기도 하고..  덤으로 조리개날에 기름이 새도 걱정할 필요가 없죠.

 

 

와인딩레버는 한참 돌려야 필름이송이 됩니다. 와인딩 레버위에는 현재 사용중인 필름 종류를 표시하는 다이얼이 있습니다. 데이라잇, 텅스텐, 그리고 적외선인가..? 셔터버튼을 감싸고 있는 또 하나의 버튼은 리와인딩버튼.

 

 

필름실 개방은 요렇게. 필름감고 빼는건 조금 불편하긴 해도 보통 SLR들과 큰 차이는 없네요. 짐짓 쫄아서 가위와 명함도 준비했는데 그건 딴 놈들 이야기. 저런 방식이 불편하긴 해도 스펀지가 삭아서 빛이 샐 위험은 적다고 합니다.

 

 

가장 치명적인 단점은 바디에 스트랩고리가 안 달려 있다는 거. 군소리말고 케이스에 넣어 써..라는 거겠지만 케이스가 너무 튼실하고 하판만 따로 분리할 수도 없어서 그냥 잡고 다녔습니다. 위험하기도 하고 한 한시간 정도 지나니 손아귀에 힘이 슥 ......


파인더입니다. 파인더를 둘러싼 다이얼은 무려 시도보정장치. 마감이 매우매우 날카롭게 되어있어서 안경에 사정없이 기스를 냅니다. 안경쓰는게 다행인가..?

촬영하면서 발견한 문제,  이중상합치가 가로로는 되는데 세로로 안 되더군요. 대충 가로만 맞춰서 찍었습니다.

예상하시겠지만 파인더는 무척 좁습니다. X300으로 MF 카메라를 시작한 사람에게는, 더구나 안경쓰는 사람에게는 고문... 실제로 찍은 사진을 보니 좌우로 못 봤던 부분이 꽤 나와서 냉정하게 말하면 정방형 포맷을 보는 거하고 비슷합니다. 로봇이라고 우겨볼까..

스캔을 받고 나서 발견한 치명적인 문제. 60초에서 셔터막 이상으로 사진 왼쪽이 검게 나옵니다. 이래서 피드백은 빨리주는게 아니다.. 물론 수리할 생각은 없고 어차피 검게 나온 부분은 파인더로 보이지도 않는다고 애써 위안.

 

 

번들렌즈는 인더스타 55/2.8, 최소초점거리 1m. 란탄계열 소재가 들어갔다고 하는데 그래서인지 노르스름한 빛을 띠고 있습니다.  이 렌즈는 수많은 러시아렌즈 중에서도 성능이 뛰어나다는 평이고 특히 역광에 강하고 선예도가 훌륭하다고. 저 61이라는 숫자가 낮아질수록 더 좋은렌즈라고 들었습니다.

 

 

사진들

첫 롤이라서 사실 뭐가 어떻네 하기는 어렵습니다. 그냥 참고삼아...

셔터 다이얼 돌리다가 고장낼까봐 셔터는 거의 60과 125에 두고 조리개로 노출을 맞췄습니다. 셔터 우선식으로 찍은 셈인데 익숙하지가 않아서 노출보정을 반대로 하기도 하고 중간에 ISO다이얼도 몇 장 잘못 맞춰놓고 찍어서 언더 노출이 꽤 있었습니다. 셀레늄 노출계 자체는 이 정도면 믿을만 하다 싶구요.

1/60에서 흔들린 사진도 좀 있었는데 바디가 좀 무겁긴 해도 RF에서 참 나... 별명 앞 숫자를 1/125로 바꿔야 하나..

필름은 리얼라100,  맑은 가을 아침. 후보정 약간씩.

FDI 스캔인데 원본파일사이즈 1840에 용량이 600KB 정도... 한롤에 9천원.. 제가 이러고 삽니다. 서울 모 FDI에서 스캔용량이 파일당 1메가쯤 된다길래 피식하고 돌아섰던 그 시절이 그립습니다. -.-;;
 

쨍하지요?

 

딱 리얼라 같은 느낌이 나왔습니다.

 

유리창 너머로 찍었는데도 의자 다리의 금속 느낌이 제대로 표현됐습니다.(요 멘트는 표절^^)

 

원하는 노출과 색이 나왔습니다.

 

요것도 마음에 든 컷.

 

쿨스캔V를 한번 돌려봤습니다. 분명히 섬세함이나 암부를 살려내는 건 직접 스캔하는게 좋은데 색 잡기가 정말 힘듭니다.

 

문득 작년 이맘때 같은 리얼라로 찍었던 장면이 생각나서 올려봤습니다. 이 동네에 일요일에 여는 FDI는 한군데 뿐이니 현상소도 동일. 렌즈는 nMD 135/2.8.

노출조건도, 피사체도 다르지만 왜 로커렌즈를 맑다고 하는지 알 것도 같습니다.

 

문자들이 아주 선명합니다.

 

 

 

역시  노출과 선명함이 마음에 들었습니다.

 

 

한 롤을 테스트로 찍다보니 막판에 지겨워서.. 2.8로 열고  핀테스틀 한번 해봤습니다. 빨간 부분에 맞췄는데 초점은 좀 더 앞에 맞은 듯 하네요. 뭐 RF를 2.8에 둘 일이 잘 있나요. 이정도면 대충 오케이.. ;;

 

이건 F4 정도였던 것 같습니다. 회오리 보케는 안 생기는 군요 ㅎㅎ

 

유리창 너머로 찍었는데.. 렌즈의 성능을 가장 잘 보여준 것 같습니다.


마지막으로 인물 사진...

네, 죄송합니다. 부전패 같은거죠... 미안하다. 인더스타....

 

이런저런 문제도 있지만 무엇보다 조작이 즐겁고, 속단입니다만 렌즈 성능이 아주 뛰어난 FED5였습니다. 저렴한 가격에 (기능이)클래식한 RF를 써보고 싶은 분께 추천드립니다. 상태는 잘 점검하시구요.

 

주말 마무리 잘 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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