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over60

    a day in the life |  stationary traveler |  binder |  storage |  info |  musicbox |  talk |  diary |  about |  miranda



벨비아 50 사용기
 

 

색의 향연, Velvia 50 사용기

 

말로만 듣고 흠모해오던 벨비아 50 필름을 드디어 사용해보게 되었습니다. 콕콕 찝어 특성을 설명할 수 있으면 좋으련만 능력이 부족하고, 어디까지가 필름이 힘을 쓴건지, 어디까지가 렌즈의 힘인지, 혹은 단지 촬영환경의 탓인지 구분하기도 어려웠습니다. 이 부분을 제대로 하자면 동일한 조건에서 서로 다른 필름들을 넣어가면서 비교해봐야 하는데 그럴 정성도 없고, 얼마나 효용이 있는지도 의문입니다. 변명같지만 장비나 필름에 대한 평가는 쓰는 사람이 실전에서 써보고 오케이 하면 충분하지 않나 싶습니다.

 

이런 핑계로 이 사용기는 그냥 산책하듯이 이야기를 풀어볼까 합니다.

 

1. 사용 필름

 - 벨비아50  3롤
 

2. 사용 장비

 - OM4 + Zuiko 28/3.5
 - SRT303 + MC Rokkor 200/4.5 + nMD 135/2.8
 - X370 + MC Rokkor 100Macro/3.5
 - Nikon Coolscan Ved
 - 전체 사진의 90% 이상 삼각대 사용

3. 스캔 및 보정

  -  번들스캔 프로그램 디폴트 모드 + 최대해상도
  -  포토샵 6.0에서 리사이즈 및 원본과 일치시키는 수준에서 보정

 * 사족  : 원본과 일치시키는 수준... 이라고 했는데 이점은 이론이 있으리라 생각됩니다. 네가티브와 비교할 때는 확실히 차이가 있지만 같은 리버설 필름을 보고도 사람에 따라 다르게 받아들이기 마련입니다. 더구나 백라이트로 필름을 비춰보는 것과 모니터 위에서 파일을 보는 것이 같기란 불가능한 일일겁니다. 제가 파악한 쿨스캔 + 번들 디폴트 모드의 특성은 원본에 비해 전체적으로 명도가 낮고, 선예도가 떨어지며, 채도가 약하고, 그린 채널보다 마젠타 채널이 강합니다. 보정도 이런한 점을 고려해서 했습니다.

4. 사진들

 

 
Zuiko 28/3.5, 맑은 날 늦은 오후

요즘 주력기라 할 만한 zuiko 28/3.5로 테스트. 볼 일이 있어 다녀오다가 길 가에 아주 포토제닉한 버스가 서 있길래 몇 장 담아봤습니다. 슬라이드 필름을 넣으면 왠지 하늘을 조금이라도 더 넣고 싶어집니다. PL필터없이, 노출언더 보정없이 저 정도의 파란색이 나오네요. 계절은 가을. 버스 앞 부분의 노란색도 아주 선명합니다.

 

 

 
Zuiko 28/3.5, 맑은 날 늦은 오후

 

 

 
Zuiko 28/3.5, 맑은 날 늦은 오후

유리창의 낙서와 버려진 버스 운전석의 분위기가 그럴듯합니다.

 

 

 
Zuiko 28/3.5, 맑은 날 늦은 오후

이외로 이런 장면에서 색을 살리기가 무척 어렵습니다. 제 경우는 대부분 색이 허옇게 뜨는 때가 많은데 늦은 오후의 역광을 받은 풀색이 잘 살아 있습니다. 명불허전...

 

 

 
nMD135/2.8 , 맑은 날 해질 무렵

역시 빛 자체를 살리고 싶으면 슬라이드 필름입니다. 아무리 좋은 네가 필름도 한계가 있습니다.

 


 

nMD135/2.8 , 맑은 날 해질 무렵 (이 사진만 FDI 스캔)

그늘 사이로 스며 들어온 붉은 저녁빛.

 

 

 
Zuiko 28/3.5, 맑은 날 늦은 오후

파도가 만들어 놓은 섬세한 디테일.

 

 

 

Zuiko 28/3.5, 맑은 날 늦은 오후

 

 

 

nMD135/2.8 , 맑은 날 해질 무렵

몇 번을 찍어봐도 일몰과 일출의 노출은 어렵습니다. 여러 장 찍은 중에 겨우 붉은 색이 비교적 잘 살아 있는 컷입니다.

 

 

 
nMD135/2.8 , 맑은 날 해질 무렵

금빛이라고 우겨볼까요? ^^

 

 

 

MC 200/4.5, 맑은 날 해뜰 무렵, 낮은 구름 잔뜩

새벽에 일어나서 나갔을 때는 구름이 너무 짙어서 살짝 실망했는데 저런 불타오르는 모습도 쉽게 볼 수 있는 장면이 아니지요.

 

 

 
MC 200/4.5, 맑은 날 해뜰 무렵, 낮은 구름 잔뜩

벨비아의 실력을 유감없이 보여주는 장면입니다. 이런 장면에서 입자가 좀 거칠거나 색이 뜨면 무척 보기가 싫습니다.

 

 

 
zuiko 28/3.5, 맑은 날 해뜰 무렵

 


zuiko 28/3.5, 맑은 날 해뜰 무렵

이 두장은 질감을 보고 싶었던건데... 아무래도 그런 목적으로는 입자가 좀 있는 편이 더 나을 것 같습니다. 엑스트라400 이 저는 아주 좋았습니다.

 

 

   
zuiko 28/3.5, 맑은 날 해뜰 무렵

바다와 하늘, 모래 사장의 색들이 잘 어우러집니다.

 

 

 
zuiko 28/3.5, 맑은 날 해뜰 무렵

저 하늘의 연한 푸른빛과 보라빛을 보세요.

 

 


zuiko 28/3.5, 맑은 날 해뜰 무렵

자칫 싸 보이기 쉬운 붉은 색과 푸른 색의 조합인데 잘 어울려 있습니다. 발색이 강하지 않으면 밋밋해지기 쉬운 조합이구요.

 

 

 

zuiko 28/3.5, 맑은 날 해뜰 무렵

비행기가 날아오르길래 이얍하고 찍었더니만 조만하게 나왔습니다. 사람의 눈이란..ㅎㅎ

 

 

바다 사진을 찍고 들어오다가 생각해보니 지금까지 찍은 장면들이 아무래도 필름의 특성을 잘 보여주기에는 한계가 있을 듯 했습니다. 볕도 좋고, 집에 놀고 있는 마크로 렌즈도 있고 해서 접사 비스무리한걸 해볼까... 마음을 먹었고, 마트에 가서 과일과 꽃을 좀 샀습니다. 아 비참해. ;;   이하 전부 X370에 MC 백마로 찍었습니다. 미러업이 되는 SRT를 쓰려고 했는데 미러업을 할 때 생기는 움직임으로 초점이 틀어질 것 같아서 X370을 선택했습니다.

 

 

좋지요. ? ^^  자괴감을 무릅쓰고 튤립을 사길 잘햇단 생각이 들었습니다. 노출을 조금만 더 줬으면 좋았을 것 같긴 한데 그래도 저 섬세한 색과 형태의 조화라니....

 

위와 같은 사진인데 FDI 스캔입니다. 둘을 비교해보고는 애초 계획을 집어치우고 전부  자가 스캔을 했습니다. 결과물에 대한 취향은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꺼멓게 죽은 저 부분을 좋아할 사람은 아마 없을 겁니다.

 

 

 

슬라이드에, 감도 50에, 접사가 되니 노출 맞추기가 너무 어려웠습니다. OM4로 스폿도 찍고 했는데도 노출 실패로 전혀 못 쓸 사진이 1/3은 된 것 같습니다. 특히 슬라이드에서 언더가 나면 완전 무대책이군요. 그렇다고 브라케팅을 여유있게 하기에는 필름가격이 ...;;

 

 

 

그러나 소뒷걸음으로 노출을 얼추 맞추면 이렇게 보답을 받습니다. 저렇게 섬세한 디테일과 고급스런 색감은 중형을 써보지 않은 저로서는 정말 놀라왔습니다.

 

 

 

꽃술에 붙어있는 가루들까지 섬세하게 표현이 됐습니다. 꽃이 좀 남루한데 한다발에 천 오백원짜리 떨이로 산거라서 어쩔 수가 없습니다.-.-

 

 

 

잠시 볕에 내놓았을 뿐인데도 꽃의 모양이 시시각각 변하는 걸 느낍니다. 참고로 튤립 5송이에 만원.

 

 

 

나름대로 세팅을 ;;  참 멋진 붉은 색입니다. 잡지 사진 같지 않나요?(퍽이나...) 포크 손잡이 부분의 디테일도 생생합니다.

 

 

같은 사진의 FDI 스캔입니다. 한 사흘 내 버려 둔 과일 들 같습니다.

 

 

꼭지 부분의 저 놀라운 디테일. 실물보다 더 생생한듯한 붉은 색..

 

 

색이 예쁜 과일들을 사다보니 어쩌다 전부 제가 싫어 하는 과일들 뿐입니다. 왼쪽에 있는 아이는 이름도 모릅니다. 맛은 없네요. 아무튼 벨비아의 원색 표현은 정말 놀랍습니다.

 

 

초점이 좀 애매한데 그래도 제일 마음에 드는 사진입니다. 아무래도 약간은 노출을 더 주는게 맑으면서도 선명한 표현이 가능한 듯 합니다.

 

 

5. 총평

총평이라고 쓰긴 썼는데.. 뭐 평이 있긴 했었나..싶은.ㅎㅎ

아직 세롤밖에 못 써봐서 단정적으로 말하기는  어렵지만 색표현에 있어서는 과연 본좌급입니다. 색이 단순히 강한 것 뿐 아니라 아주 고급스럽고 서로 조화를 이루고 있습니다. 아마도 섬세한 입자가 이에 한 역할을 하는 것 같습니다. 슬라이드는 깊은 맛을 살리기 위해서 약간 언더를 주는 게 좋다고 들었었는데 자칫하면 전체적으로 탁하고 무거워집니다. 제 사견으로는 약간 오버를 시키고 필요하다면 나중에 보정을 해주는 편이 더 낫습니다. 참고로 내셔널 지오그래픽 필드가이드에 보면(어느 권인지는 모르겠네요) 회색의 반사율이 실제로는 18%가 아니고 12%이기 때문에 카메라가 지시하는 것보다 오버 보정을 하는게 좋다고 되어있습니다.

선예도 역시 언샵마스크를 돌려서 생긴 어색한 선명함이 아니라 지극히 자연스러운 '쨍함'을 보여줍니다. 하지만 이 부분은 아무래도 렌즈의 역할 - 특히 백마 -도 컸으리라 생각합니다.

단점은 우선 가격, 저희 동네 샵에서는 한롤에 약 만 구천원 정도입니다. 노출에 실패할 가능성이 높은 점까지 감안하면 정말 한컷 누를 때 마다 살이 떨립니다. 그리고 감도 50은 SLR로 손으로 들고 찍기에는 좀 부담스럽습니다. 저는 50미리 렌즈로 비교적 마음 편하게 들고 찍을 수 있는 하한을 1/125로 잡고 있는데 맑은 날에도 조금만 조이면 1/125가 안 나오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접사를 즐기시는 분이나 삼각대를 쓰는 풍경사진에 관심이 많으신 분은  감도 100의 슬라이드 필름과는 또 다른 감동을 분명히 느끼실 수 있을 겁니다.

 

부실한 사용기 앍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먼 곳 까지 사비로 필름 보내주신 테루테루님께도 감사드립니다.

 

 

-recommend     -list  
Please log in to comment.
△ prev: autosensorex ee manual
▽ next: 필름의 인화와 파일의 인화
 ⓒ1999-2017 Zeroboard/ skin by enFre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