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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메라의 한계
 
노출 보정 왜 하나요?


1. 들어가며

Q&A에 많이 올라오는 질문들을 보면서 느낀 건데 필름카메라에 입문하신 분들 다수가 커다란 오해를 두 가지 가지고 시작하시는 것 같습니다.


첫번째는 "수동 카메라는 조리개와 셔터속도를 직접 맞추어야 한다" 입니다. 저 말만 뚝 떼어놓고 보면 마치 돛대도 아니달고 삿대도 없이 망망대해에 나선 톰행크스가 생각납니다. 

여러분의 카메라에는 노출계가 달려있습니다. 이 노출계는 촬영을 함에 있어 나침반입니다.나침반이 있는데 동쪽을 찾자고 골머리를 썩일 필요는 없습니다. 옛날 카메라들 중에 노출계가 없는 기종도 많지만 여러분이 누군가에게 추천을 받아서 카메라를 샀다면 그럴 확률은 거의 없습니다.

누가 "수동 필름 카메라는 조리개와 셔터속도를 직접 맞추어야 하지만 색감이 끝내줘요 ㅋㅋ"  한다면 99%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입니다. 그냥 씩 웃어주세요.

두번째는 "수동 카메라만 있으면 원하는 화면을 만들 수 있다" 는 오해입니다. 이 글에서 이야기 하고 싶은 부분은 이것입니다. 
 

2. 나의 무기는 조리개와 셔터속도 뿐. 

먼저 장면하나 보시지요. 

<그림1> 

카메라가 있습니다. 노출계 살아있는, 셔터속도와 조리개를 조절할 수 있는 카메라면 아무거나 괜찮습니다. X-700에 50mm 1.4렌즈, 오토오토 100필름이 들어있다고 할까요. 

조금 앞에서 위성미가 퍼팅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저멀리에는 나무 두그루가 서있고 그 곁을 레이싱카 세대가 위성미를 보면서 40km 정도로 지나가고 있네요. 태양이 떠있는 맑은 날입니다. 

제가 만들고 싶은 화면은 
- 전체적으로 밝기가 눈에 보는대로 나오고(노출)
- 저멀리 나무까지 선명하게 나오고(심도)
- 초점은 위성미 눈동자에 칼같이 맞고(초점)
- 지나가는 자동차들은 흐르는 듯이 나타내고(움직임의 표현)
- 당연히 화면에 흔들림은 없어야 합니다.(손떨림의 처리)

이 상황을 정리하면 아래와 같습니다.

<그림2>

이미 빛은 주어진 것이고 필름은 100짜리가 들어있습니다. 맞추고자 하는 조건은 5가지인데 조절할 수 있는 것은 오로지 셔터속도와 조리개값뿐입니다(노출계의 도움은 받지만).

필름 카메라의 한계는 이런 것입니다. 잘 알지도 못하는 산수 이야기를 하면 미지수가 3개인데 연립으로 풀 식이 두개 밖에 없는 상황과 비슷합니다. 더 친근한 예로 들자면 한정된 돈과 시간으로 '가깝고, 맛있고, 싸고, 분위기 좋고, 친절한' 밥집을 찾는 것과도 비슷합니다. 식당의 경우를 보면 보통 어떻게 합니까. 저 5가지 중에 보통 몇 가지는 포기하기 마련입니다. 

다시 카메라 이야기로 돌아와서 보면 조리개와 셔터속도만을 가지고 원하는 화면을 만드는 건 가능한 경우도 있고, 불가능한 경우도 있습니다. 그러나 완벽하게 찍는 사람이 원하는 화면이 만들어지는 경우는 드물고 식당을 고를 때처럼 몇가지는 포기해야 하는 게 더 일반적입니다. 

제일 처음에서 본 위성미 장면에서 제가 원하는 다섯가지 요소는 아마 조리개와 셔터속도만으로 얻을 수 있을 겁니다. 그런데 좀 바꿔서 "위성미 뒤의 배경은 아웃포커스로 희미하게 날리되 지나가는 자동차는 여전히 흐르는 것처럼 표현하고 싶다" 이렇게 되면 머리가 아파집니다. 머리만 아프면 다행인데 아마 우리가 가진 조리개와 셔터속도 두가지 무기로는 해결할 수 없는 장면 같습니다. 

배경을 날리려면 조리개를 열어야 합니다. 이 때, 맑은 날이라서 적정 노출을 맞추려면 당연히 셔터 속도가 빨라져야 합니다. 셔터속도가 빨라지면 지나가는 자동차가 흐르는 것 같이 표현되지 않고 정지된 것처럼 표현됩니다. 

흔히 사용하는 조리개 우선 모드를 봅시다. 역시 맑은 날이라고 치지요. 조리개 우선 모드에서는 제일 처음 조리개값을 정합니다.(심도  결정) 조리개만 정하면 셔터속도는 카메라가 맞추어줍니다.(노출결정) 카메라가 결정해준 셔터속도가 손으로 들고 찍을 수 있는 속도인지를 확인합니다.(흔들림 처리) 이렇게 세 가지 조건은 해결할 수 있지만 셔터속도를 마음대로 정할 수 없기 때문에 움직임을 어떻게 처리할지는 카메라에 맡길 수 밖에 없습니다.  즉 조리개 우선 모드는 단순한 자동 모드가 아니라 "노출을 기본적으로 맞게 하면서 원하는 심도를 표현하되 움직임의 표현에 대해서는 신경을 끄겠다" 는 의도를 도와주는 수단인 것입니다.

중간 결론입니다. 

1) 다섯 가지 요소는 누가 보더라도 한장의 사진에서 금방 파악되는 중요한 것들이다.
2) 다섯 가지 요소는 하나만 뚝 떼어놓고 생각할 수 없고 서로서로 영향을 미친다.
3) 그 이유는 기본적인 환경은 주어진 상태에서 우리가 통제할 수 있는 수단이 조리개값과 셔터속도 뿐이기 때문이다.

* 초점은 사실  초점링으로 맞추는 것이라 다소 범주가 다를 수 있지만 심도와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기 때문에 포함했습니다. 

 

3. 무기의 수를 늘리자  

다시 한번 말씀드리지만 조리개와 셔터속도 두 개의 무기로만 싸워가기는 무척 힘듭니다. 그래서 무기를 늘일 필요가 있습니다.

주말 사진 레벨에서 추가할 수 있는 가장 쉬운 무기들은 삼각대, ND필터, 플래쉬입니다. 삼각대는 어떤 셔터속도에서건 손떨림에 대한 걱정을 없애주며, ND 필터는 기존의 빛을 줄여줍니다. 플래쉬는 기존 빛에 빛을 더해주고, 아울러 동작을 정지시키는 효과가 있습니다.

<그림3>

그러나 이 정도도 어디까지나 약간의 레벨업을 한 데 불과합니다.

프로 사진가가 "위성미 뒤에 지나가는 자동차를 흐르는 것처럼 보이게 하고 싶었지만 셔터속도가 빨라져서 그럴 수가 없었어요" 이런 소리하면 누가 일거리를 주겠습니까. 아마 돈을 주고라도 차들을 무지하게 빨리 달리게 하거나 하여간 방법을 찾아낼 겁니다. 모든 상황을 통제하기 위해 광고 사진가들은 스튜디오에서 작업을 합니다. 불가능해 보이는 조건들을 어떻게 클리어해나가는 지에 관심이 있으신 분은 slr club 강좌란에서 limphoto 님의 연재를 한 번 보실 것을 권해드립니다.

 

4. 나가며

누차 말씀드리지만 기본적으로 쓸 수 있는 무기는 조리개와 셔터속도 뿐인데, 사진에서 표현하려는 요소는 여러 가지입니다.  

그래서 찍으려는 장면에서 가장 우선시 되어야 할 요소가 무엇인지를 결정하고 나머지 요소들은 조금씩 양보해야 됩니다.

이러한 한계를 조금이라도 극복하기 위해서 장비를 추가하거나 다른 수단을 찾게 됩니다.

그러나 이렇게 한다고 하더라도 어떤 환경에서나 원하는 대로의 사진을 만드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이런 불가능해보이는 것들에 대해 고민해보는 일 자체가 무척 재미있는 일입니다. "태양을 향해 카메라를 들이대면 셔터속도 오버이지만 그래도 태양을 흐르는 것처럼 표현해보고 싶다."는 고민이 ND 1000000 같은 필터를 탄생시킨 게 아니겠습니까.
 

" 어둑어둑한 날인데 삼각대도 없고, 플래쉬도 없습니다. 뒷 산을 배경으로 가까이 있는 사람을 찍는데 사람도, 산도 선명하게 나오게 하고 싶습니다." 이렇게 질문하면 "안됩니다" 라고 확실히 답을 드릴 수 있습니다.

그런데 "흐린 날 셔터속도와 조리개값 알려주세요 ㅋㅋ" 하면 아무 드릴 말씀이 없습니다. 노출은 사진에서 표현되는 여러 가지 요소 중 하나일 뿐이고 제대로 된 노출계가 달려 있는 카메라라면 알아서 계산해 주는 것이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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