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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란다 이야기
 
* 반말체로 가겠습니다.

* 반말체로 가겠습니다. 양해해 주세요.

미란다 이야기

"미란다" 하면 지금도 94년에 초연된 이른바 '외설연극'이 떠오른다. 입학한지 얼마되지 않아서인데 선배들이 무대위에서 옷을 벗는 연극이 나왔다고 다들 흥분해 있더라. '서울 잘 올라 왔네...' 싶었다.

이런 추억과는 상관없이 미란다라는 카메라 브랜드가 있다는 것을 처음 알게 된 것은 "Japanese 35mm SLRs" 라는 책을 보고 나서였다. 외장도 내장도 허접하기 짝이 없는데다 엄청 비싼 책이었지만 한참 SLR에 열광하던 때였기 때문에 "꺄아..이런건 질러야 돼" 하면서 사고 말았다. 이 책에 소개된 SLR 브랜드가 몇 개일까? 단 15개다. 그 유구한 일본 카메라 역사에서 코 큰 사람들의 손에서 걸러진 것은 단 15개 뿐이었던 것이다. 그리고 그 중에 미란다가 있었다.

소개글도 간단하기 짝이없다. "..... 컬렉터들에게 특이하고 신비로운 존재이며....모든 기종이 교환 가능한 파인더와 듀얼 마운트를 장착하고 있으며....이하의 정보는 완전히 확인된 것은 아니며 신판에 차차 업데이트해나가겠다." 음.. 이 정도는 로커 자료사진란을 열심히 본 분이라면 누구나 이야기 할 수 있다!

아무튼 이리하여 미란다 카메라에 관심을 갖게 되었고, 자료를 찾아다녔다. 문제는 이 브랜드에 대한 정보가 절대적으로 적고, 내가 일본어를 전혀 모른다는 것. 그래도 네이버 번역기를 돌려 "권인상감", "은소금카메라" , "밀러 조각을 해소한 스윙 하는 후퇴상승 밀러" 등의 해괴한 단어들과 싸워가며 조금씩 감을 잡아갔다. 그래서 결론은? 아직 오리무중이지 뭐..ㅎㅎ 웹사이트 몇 줄 읽은 거랑 바디 3개 - 그것도 후기형만 - 산 거로 뭘 알 수 있을까.. 더구나 미란다는 짧은 역사에도 불구하고 모델들이 진저리나게 많다. 그래서 아래 내용들은 Miranda Historical Society(영어), Miranda Society Japan(일어)에서 다 업어온 것이다.

이젠 더 이상 생산되지 않는 필름 카메라를 좋아하면서 느끼는 슬픔 한 가지는 지금 가진 기종에 대해 나누는 이야기들이 근 수십년동안 반복되어 온 것이라는 거. 이미 아는 사람들은 다 아는 이야기를 나 혼자서 신나서 바디 사진 찍고, 사용기 쓰고, 한편으로는 으쓱해하기도 하면서(부끄럽다)...

그러다보니 조금이나마 덜 알려진 브랜드에 마음을 주게(응?) 됐다. 부디 몇 분이라도 미란다 카메라에 흥미를 느끼는 분이 생겨 정보도 좀 나눠주시고, 나 대신 이베이나 옥션에서 사라져가는 미란다들을 좀 긁어주셨으면 좋겠다.ㅎㅎ

1. 미란다 카메라의 간단한 역사

창업자 오기하라 아키라는 원래 항공 공학자였다. 그러나 전후에 일본이 항공기 산업을 계속할 수 있는 길은 완전히 막혀 있었다. 이 재능있는 학자+기술자는 48년 오리온 정밀기계를 설립(이후 미란다로 개명)하여 카메라 악세사리(벨로즈 등)를 포함한 광학기계들을 생산했다.

SLR 생산을 목표로 했던 미란다는 "피닉스"라는 이름의 프로타입 제작을 거쳐 54년 드디어 최초의 미란다 카메라이자 일본 최초의 펜타프리즘 장착 카메라인 '오리온 T'를 출시하게 된다. 당시 일본 카메라 회사들은 너나 할 것 없이 최초의 펜타프리즘 SLR을 내놓기 위해 경쟁하고 있었기 때문에 신흥기업인 미란다가 선수를 친 것은 상당히 센세이셔널 한 사건이었다. 이 후 교환식 펜타프리즘은 미란다의 트레이드 마크가 되어 거의 대부분의 기종에 적용되게 된다.

렌즈는 초기부터 외주를 주어 조달해왔으며 뒷날 미란다 자체 상표를 가진 렌즈가 출시되나 이역시 soligor사의 제품으로 여겨진다. 1969년 미란다의 경영권이 미국 총판이었던 AIC로 넘어갔는데 이 때 이미 AIC는 soligor의 경영권을 취득하고 있었다. 이러한 이유로 미란다 렌즈가 계속 개발되면서도 모델에 따라 완전히 호환되는 soligor 렌즈가 같이 나오게 된다.

독자적인 기술과 고집을 바탕으로 미란다는 꾸준한 성장을 이루다가 60년대 초반부터 일본 시장에서 모습을 감추게 된다. 이에 대해 일본 시장 내에서 경쟁이 극화되면서 수출시장에 주력했다는 설과 일본정부의 시책에 따라 국외로 눈을 어쩔 수 없이 돌려야 했다는 설이 있다. 이 때를 기점으로 일본 제품인 미란다이지만 일본내에서는 점차 잊혀져 가고 오히려 해외에서 팬들을 갖게 되었다고 한다.


최초의 미란다 카메라 "T"

'가난한 자의 니콘F' 라 불렸던 "G"

앞서 말한 것처럼 1969년 경영권은 AIC로 넘어간다. 이후에도 몇 년간 신작이 꾸준히 나오며 최초로 자동노출 장치를 장착한 베스트 셀러 오토센소렉스 EE까지 선보이게 된다. 그러나 결국 AIC가 1976년 도산하면서 미란다카메라도 EE-2와 Soligor TM을 마지막으로 운명을 같이하게 된다.

이후 K-Mount의 미란다라는 이름을 단 카메라들이 나왔으나 코시나 제품으로 추정되며, 오리지널 미란다와는 아무 연관이 없다는 것이 일반적인 해설이다.

2. 바디들

짧은 역사에도 불구하고 미란다는 엄청나게 많은 모델라인을 선보였다. 초기 모델들은 A~Z까지 꼬리가 다 붙어있는 것 같고, 뒤의 모델들은 auto, senso, mex, mat, rex 등의 접두미사가 뒤엉켜 정말 사람 헷갈리게 한다.

자세하게 알고 싶은 분은 위의 MSJ 와 MHS 사이트의 정보를 참조하시고, 간단하게 보면

1) MSJ의 경우 시대에 따라 크게 3군으로 분류하고 있다.

- 초기 미란다(1954-1960) : 12각형의 바디에, 대부분 내외장 노출계가 장착되어 있지 않고, 펜타프리즘의 윗면이 뾰족하게 마무리되어 있다. T, A, B, S, C, D 등이 이 시대의 카메라이며 그 끝은 Automex로 보고 있다.

- 유선형 미란다(1962-1966) : 12각형의 바디가 유선형으로 바뀌었으며 내장 노출계 장착이 확대되었다. 조리개와 바디의 신호전달은 한쌍의 팔(arm)이 담당하였다.대표 모델은 Automex II, F, G, Sensorex 등이며 Sensorex는 미란다 최초로 개방측광과 TTL 노출측정이 동시에 가능하게 한 기종이다.

- AIC 시대(1968-1976) : 개인적으로는 미란다 고유의 특성들이 사라지고 유명메이커들에 근접해간 시대라고 생각한다. Sensormat가 과거 알파벳 네이밍(F 등) 바디의 전통을 이어 새로 개발되었으며 한편으로는 Sensorex 의 다양한 변형들, AuroSensorex EE 등 기술적 개발을 더한 기종들이 계속 생산되었다. AuroSensorex EE에 이르러서는 arm, 전면부셔터, 최대조리개설정장치 등이 모두 사라지고 셔터우 자동노출이 기능이 탑재된다. 한편 72년에는 유일한 RF 카메라인 Sensoret가 출시되기도 하였다.

2) MHS의 경우 기종의 특성별로 훨씬 복잡하게 나누고 있는데 넷으로 나눠보면,

- 초기 미란다 : 위와 대체로 일치한다.단, F, G등도 여기에 포함한다.
- Sensormat 계열 : 초기 미란다 디자인(특히 뾰족한 펜타프리즘)을 계승했다. 스톱다운 노출측정만 가능하다. Sensomat, Sensomat RE, RS, RE-II 등
- Automex 계열 : 딱히 한 마디로 특징짓기는 어렵고, 계속 변형되어갔다. Automex I, II, III, Sensorex, C, II
등이 있고 같은 기종 내에서도 다양한 변종이 있다.
- Autosensorex EE 계열 : 크게 보아서는 Automex 계열이지만, 자동노출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구분된다. EE와 EE-2.








3. 특징들

지금 가지고 있는 바디들이 전부 후기형들이라서 좀 그렇지만 기본적인 특징들만 이야기 해보자.

1) 교환형 파인더

말기에 나온 DX-3를 제외한 모든 기종들이 교환형 파인더를 가지고 있다. 세대와 모델군에 따라서 호환 여부가 달라지며, 웨이스트 레벨 파인더, 매그니파이어 파인더 등 다양한 선택이 가능하였다고 하지만... 지금은 찾아보기가 매우 어렵다. 위에서 눌러 끼우는 방식(미놀타 XK)이 아닌 슬라이드 방식으로 탈착을 한다.

2) 듀얼 마운트

미란다 베이요넷 마운트( 이 역시 호환 여부는 복잡함)와 44mm 스쿠류 마운트를 동시에 사용가능하다. 스쿠류 마운트와 별도의 아답타를 사용하여 타사 스크류 마운트 렌즈를 사용할 수 있게 한 점이 높이 평가 받았다. 플랜지백이 길어서 호환성이 높았다고. 확인은 못했지만 44-42, 42-베이요넷 두 개의 아답타를 이용하면 렌즈의 사용범위가 굉장히 넓어지지 않을까. 단, 이 듀얼마운트의 설계로 인해 렌즈에서 바디로 정보를 직접 전달하는 설계가 곤란하여 타사에 다소 뒤쳐지게 되었다고도 한다.

왼쪽 아래 사진의 아답타가 44-42 아답타로 비비타 제품이다.

3) 스크린 사이의 노출 추침

이 설계는 잘 이해가 되지 않는데, 대부분 교환식 파인더의 경우 노출표시 장치가 파인더 안에 들어있는데 비해 미란다의 경우 바디의 스크린 사이에 들어있다. 이는 파인더가 없어도 측광 촬영이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는 반면, 저 스크린 사이로 먼지가 들어갈 경우 제거가 무척 힘들다는 단점도 있다. 다양한 교환 스크린이 있지만 사용자가 교환 가능한 것은 극히 일부 기종으로 제한된다.



숟가락, 젓가락.

4) arm

한 쌍의 암이 렌즈 조리개 정보를 바디로 전달한다. sensormat 계열에서는 사용되지 않는다. 또한 이와는 별도로 개방 측광을 위해서는 현재 사용하는 렌즈의 최대 조리개값을 세팅해줘야 하는 불편함이 있다.


팔 분리



팔 합체.


별도의 다이얼에 붙은 최대조리개값 설정 장치


리와인딩 놉과 같이 있는 최대조리개값 설정 장치

5) 필름 장전 표시

그다지 일반적인 특징은 아니지만 필름을 장전하면 빨간색으로 표시가 된다. 딱히 좋은 기능이라기 보다 기분이 괜찮다.ㅎㅎ

6) 전면부 셔터 릴리즈 버튼

72년까지는 바디 전면에 셔터 릴리즈 버튼이 위치했다.

4. 사진들

사진들..이란건 결국 렌즈 이야기인데, 내 경우 렌즈에 대한 관심은 바디에 비해 현저히 떨어지기 때문에 무슨 렌즈를 썼는지도 확실하지가 않다.^^ 스캔을 해보니 유난히 마젠타가 강한 듯. 필름 보관이나 스캔상 문제일 수도 있는데 이 점은 좀 두고 봐야겠다. 선예도나 해상력은 ... 평소에 잘 안 따지기도 하고, 지금으로서는 속단이지만 로커렌즈에는 좀 모자라는 것 같다. 좀 더 많이 찍어봐야지 스스로라도 뭔가 결론을 내릴 수 있겠다 싶다. 그냥 참고로만 봐주시길. 필름은 모두 프로비아 100.

5. 후일담

저 튼튼하기 그지 없는 가죽 후드 케이스... 몇백만원 짜리 렌즈가 종이상자에 담겨 나오는 것과 비교하면 신기하기까지 하다.

이번에 만져 본 세 대의 미란다 카메라는 무척 아름답고, 또 무척 견고하다. 렌즈 마운트 부분을 표시한 선명한 빨간색 선이나 돋보기로 된 필름 카운터.. 이런 부분들도 무척 마음에 들고.

X-Pan이나, Contax나, 브로니카나, 아닌척 하지만 라이카까지 여러 카메라에 항상 관심이 있다. 하지만 실제 내가 사진 찍는 목적으로는 X300에 nMD 3총사면 아무 지장이 없다고 점점 확신하게 된다.

이런 때에 만난 세 대의 미란다, 사진-카메라 생활에 더할 나위 없는 기쁨을 주는 보석같은 카메라들이다. 30년이 넘는 카메라의 파인더를 빛 쪽으로 향했을 때 조용히 튀어오르는 노출침, 셀프 타이머를 감아 풀었을 때 차르륵 정교한 소리가 들리다가 철컥하고 끊어지는 셔터의 느낌, 뭘 더 바라랴. 여러분도 한 번 느껴보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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